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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7일 수요일

여직원 괴롭히기 -22부

“어머! 오빠, 지금 나오시는 거예요?”



“아니, 아까 와서 황부장하고 볼 일 좀 보고 오는 중이야. 보라야, 교육은 다 끝났니?”



“아니요, 점심 먹고 한두 시간 더 할 것 같은데요.”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



“호호...... 여기 점장들이 희숙이한테 말을 거는 게 재미있는지 질문을 많이 해서 길어졌어요. 아유...... 희숙이 계집애, 제법이던데요.”



“허허허...... 그래? 야...... 그거 생각 외로 호응이 좋으니 다행이다.”



“저...... 이사님, 이것 좀 봐 주십시오.”



부소장이 전산출력 받아 온 자료를 내밀며 강주에게 의아스런 표정을 짓는다.



“뭔데 그래?”



“네, 이 매장은 매출이 좋긴 한데...... 그래도 매출에 비해서 재고가 엄청 많은 것 같은데요?”



“다른 곳은 어때?”



“다른 곳은 대체로 적절한 수준입니다. 유독 이 매장만 타 매장에 비해서 재고가 많이 있네요.”



“그동안 점장들도 자주 바뀌었다고 하던데 보나마나 책임 질만한 놈도 없을 거고, 꼴에 점포 간에 매출 경쟁들은 했을 테니 제 값 안 받고 싸게 팔아서 장부상 재고액수만 많아진 거겠지. 음...... 그래도 무작정 의심만 할 수는 없으니까 전 점포 재고조사를 해서 기초재고를 다시 잡는 수밖에 없을 거야. 저...... 김과장님, 여기 재고조사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였습니까?”



“기록으로는 작년 연말인데요?”



“에이그...... 분기마다는 못해도 육 개월에 한 번씩은 해서 털어 줘야지. 황부장님, 재고조사를 할 때는 아침부터 했습니까?”



“아니오, 보통 폐점 후에 남아서 하곤 했습니다.”



“아주 죽여주는구먼...... 아, 그래가지고 숫자가 정확하게 나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지요. 애들은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를 텐데......”



강주의 손짓에 사람들이 하나 둘 강주의 자리로 모여든다.



“우선...... 하루 영업을 안 하면 자금이 어떻게 돌아가게 되는지 경리파트에 가서 확인해 보고 얘기하는 게 좋겠는데 황부장이 알아볼래요?”



“아, 이사님...... 그건 사장님이 직접 관리를 하시기 때문에 저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황부장이 머리를 긁으며 강주에게 대답을 한다. 속속들이 드러나는 허점에 그간 관리를 맡아 온 책임자로서 면목이 없다는 뜻일 게다.



“허허...... 참, 이게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 사장님이 돈주머니를 꿰차고 다니시나. 그래?...... 음...... 김과장님, 지금 준비하고 있는 기안 속에 경리파트도 과로 승격시키고 경리과장 맡을만한 분도 한 번 물색해 보세요. 전결규정도 새로 작성하시고......”



“네, 알았습니다.”



“지금, 사장님 사무실에 계신가요?”



“회장님 연락 받고 나가셨는데요.”



“그래요? 이거 전화로 물어 볼 수도 없고...... 어디 계신지 황부장이 전화 한 번 넣어보세요.”



잔뜩 늘어졌던 회사 분위기가 뭔지 모르게 다시 활기차게 돌아가는 모습에 직원들의 표정도 밝아진다. 요즘처럼 불투명한 경제현실에 그들이 정작 원하는 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쉽고 편한 일자리도 아니고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며 그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보금자리를 꾸며갈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줄 안정된 직장일 것이다.

우리만큼은 평생직장을 보장해준다며 전 세계를 향해 까불어 대던 일본 사회에서도 직장 폐쇄며 대량해고로 전전긍긍하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 하물며 회사의 뼈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작은 일 조차도 콩나물 심부름 가는 아이처럼 상사의 눈치를 보아가며 하던 일에 전결의 확대며 부서의 개편이란 것은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모두들 강주를 바라보는 눈빛에 기대가 가득하여 아이 같은 눈망울로 바라본다.



“저...... 이사님, 전화 연결되었습니다.”



“아! 네, 저...... 최이사입니다.”



“어머! 네, 이사님.”



“아니, 왜 회장님이 받으십니까?”



“호호호...... 저이가 지금 전화를 못 받아요. 여기 지금 병원이라......”



“왜요?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호호호...... 그게 아니고...... 아니, 이럴 게 아니라 이사님도 이쪽으로 오세요. 하실 말씀 있으면 여기서 점심이나 함께 하면서 하시고......”



“음...... 그러면 그렇게 하지요. 거기가 어디입니까?”



“네, 여기 구월동 농협 앞으로 오시면......”



“아, 민희씨네 병원......”



“아! 알고 계시네요? 호호호...... 아유, 계집애 벌써......이사님 약혼자는 어디 손 볼 데도 없는 미인이시던데......”



“허허허...... 네, 그럼 곧 가겠습니다.”



짐작이 된다. 회장 뿐 아니라 사장도 그렇게 젊어 보였던 것이 모두 약물의 힘인 모양이다. 틈틈이 주사를 찔러대고 온갖 영양제를 맞아대니 십 년씩은 젊어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닌 일이다. 민희를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고, 혹 없더라도 민희의 남편 얼굴을 보게 된다는 생각에 공연히 마음이 심란해진다.
결국 한 처가를 두고 동서로 지내야 할 사람이니 반갑다기보다는 처해있는 현실에 답답한 마음뿐이다.
마침 강주가 도착할 즈음 사장은 처치가 모두 끝났는지 원장실로 강주를 불러들인다.



“아! 최이사님, 인사하세요. 여기는 강원장이고......”



“아! 네, 반갑습니다. 저, 최강주라고 합니다.”



“네, 저는 강민규입니다. 어서 오세요.”



뿔테 안경에 창백한 표정이 영락없이 공부를 많이 하느라 햇빛을 못 본 심약한 우등생 같은 얼굴로 강주를 맞아준다. 송희의 언니나 형부에게 들은 바로는 엘리트 의식이 지나치게 강하다고 하니 별로 사귀고 싶은 인물은 아니고 게다가 병원 칼잡이와 구멍가게 껌 장수가 대화를 하려 해도 공통분모를 찾지 못하니 할 얘기도 서로 없는 처지다.
식사를 하러 나서는 중에 사장에게 재고조사 건에 대해 보고를 하니 회장이 가로막고 나서서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대꾸를 한다.



“아! 그럼 해야지요. 그렇게 해서 정확한 관리가 가능하다면 하세요. 하여튼 황부장 순 엉터리 같은 게...... 아유, 당신은 돈 주머니만 차고 있으면 뭐 해요? 다 옆구리로 새는 줄도 모르고......”



“허허허...... 참, 그게 그러면 점장들이 물건을 빼돌릴 수도 있다는 얘기라는 거지요?”



“단지 그럴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점장들이 자주 바뀐다는데, 바뀔 때마다 재고조사를 해서 인수인계를 확실히 한 것도 아니니까, 누구 책임인지 모호한 상황 아닙니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겠지요. 꼭 물건을 빼돌린다기보다는 우리 점장끼리 경쟁이라도 할 것 같으면 제 값을 안 받고 싸게 팔아 매출액만 키울 수도 있는 거니까 정작 장사는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로는 밑지고 있는 빛 좋은 개살구일 수도 있다는 거지요.”



“허허...... 거 참......”



“이것도 다 관리자가 잘못한 겁니다. 직원들 탓이 아니에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을 그렇게 안 해서 그런 거라고 봐야지요. 그나저나 회장님, 저 강원장은 왜 식사하러 같이 안 갑니까?”



“아! 놔두세요. 뭐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나 봐요. 공연히 식사 분위기 망칠까 봐 가자고 안 했어요.”



“아, 네......”



회장 부부와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중에 전화벨이 울린다.



“네......”



“응, 자기...... 나야.”



“어! 민희야. 어디니?”



“으응...... 우리 남편이 점심 먹자고 해서 지금 들어가는 중이야. 자기 이따가 형부한테 갈 거야?”



“그럼, 가야지. 약속했는데......”



“쿡쿡...... 그럼 나도 갈까? 그런데 저이가 같이 가려고 할지 모르겠네.”



“야, 아직은 안 돼. 괜히 네 남편하고 같이 만나면 결국 회장이 우리 사이가 처형, 제부라는 걸 알게 될 텐데 그게 무슨 꼴이야.”



“우리 남편이 자기 아직 모르잖아. 나만 모른 척 하면 되는 거지.”



“야, 회장이 불러서 마침 금방 만났어. 네 남편 얼굴 보니까 완전히 재수 없게 생겼더라. 킥......”



“어머! 그랬어? 자기하곤 영 딴 판이지? 그래도 그런 소리 들으니까 별로 기분은 안 좋네.”



“쿡...... 미안...... 아임쏘리...... 올 거면 차라리 혼자 오든지......”



“으이그...... 저녁에는 혼자 다니는 꼴을 못 본다니까...... 생긴 거 봤다면서......”



“야! 나 처음에 만났을 때도 외박은 안 했지만 밤늦게까지는 같이 있었잖아?”



“그때야 회장 언니하고 같이 있었으니까 그랬지.”



“참 벨도 없는 인간들...... 마누라 길바닥에 내돌리고...... 너 그러지 말고 차라리 이혼해라. 내가 한 평생 예뻐해 주면서 살 테니까......”



“치...... 송희만 아니라면 나도 차라리 그러고 싶어. 요즘은 자기 만나고 나서 정말 조금씩 걱정이 되기도 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정 곤란하면 내가 의왕에 관리하는 점포가 있는데...... 거기도 이층에 병원도 있고 그렇거든. 내가 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볼 테니까 너희 부부도 아예 회장하고 정리하고 그리로 옮기던지......”



“뭘 그렇게까지...... 호호호...... 그래도 말이라도 고마우이. 서방님......”



“그래, 차차 생각해 봐. 나도 네가 힘들어 하는 거 보기 싫어서 그러니까...... 그리고 결국은 회장하고 인연 끊어야 될 거 아냐? 나, 너 그러고 사는 거 정말 못 본다니까......”



“네, 잘 알았습니다. 호호호...... 그럼 내일 쯤 다시 전화할게.”



본사로 돌아오니 마침 식사들을 끝내고 다시 교육을 시작하려는 터라 강주가 교육장으로 들어선다. 교육을 보조하던 부소장과 보라가 주의를 환기시키고 희숙이가 강단에서 내려오자 어느새 숨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점장들도 이미 강주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으니 눈빛을 빛내며 마른 침들을 삼킨다.



“음...... 제가 최이사입니다. 이미 들어서 아시겠지만 그간 경영상태 악화로 인해서 이 사업을 접을 것인가, 다시 살릴 것인가에 대해서 경영진에서 갈등이 많이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그 실태를 파악하고 제가 슈퍼바이저 역할을 자임하면서까지 여러분들과 함께 이 회사를 살려보고자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 지금 교육중이신데, 지금은 하늘에서 비가 내리는 때입니다. 이 빗물을 잘 받아둬야 여러분은 가뭄에 유용하게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겁니다.
빗물은 사방 어디나 고르게 쏟아지지만 여러분이 준비한 그릇이 얼마나 크고 작은가에 따라 나중에 담긴 물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부디 교육을 잘 받으시고 이제 점포로 돌아가시면 내일은 영업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재고조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건 그 결과를 두고 여러분들을 문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자료를 백지화시키고 새로이 그 기초가 되는 숫자를 알기 위한 것이니만큼 조금의 숫자조작도 있어선 안 됩니다. 그리고 며칠 후 전체 점장들의 인사이동을 단행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시 재고조사를 할 것인데 그때 조사한 것과 일치가 되지 않는다면 숫자를 조작한 것으로 알고 해당 점장은 업무방해로 고발조치를 할 것이니 이 점 참고하시고 정확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재고조사 요령과 기준에 대해서는 강사로부터 설명이 있을 겁니다.”



강주는 희숙이에게 다시 교육장을 맡기고 사무실로 돌아온다. 실제로 점장들의 인사이동 계획은 없지만 돌아가는 회사의 분위기가 얼마든지 그럴 법한 일이니 사전포석으로 숫자조작을 못 하게 하려는 의도로 그저 던져 둔 말이었다. 늦게까지 술을 마신 탓에 잠도 부족하고 저녁에는 약속도 있으니 일찌감치 주변을 정리해 수원으로 갈 채비를 한다.



“아, 이사님 퇴근하실 겁니까?”



“네, 먼저 갈 테니까 교육 마무리 잘 하시고 내일부터는 업체 불러들여서 계약 재조정 할 거니까 황부장도 저 친구들 잘 도와줘야 합니다.”



“아...... 네, 알았습니다.”



“자, 그럼 나중에 봅시다.”



차를 움직여 수원으로 향한다. 간밤에 박부장에게 부탁해 둔 일이 떠올라 전화를 걸어본다.



“네, 처남...... 접니다.”



“아! 매부...... 안 그래도 전화 하려던 참인데...... 그게 좀 이상한 게 차주가 여자로 나오던데요. 어제 매부한테 들은 느낌으로는 남자인 것처럼 말씀하신 것 같은데......”



“아! 그래요?”



“네, 차주가...... 여기 어디 적어 뒀는데...... 아, 이미경이라는 여자고......”



“아, 그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입니다. 야...... 그러면 알 길이 없다는 말인가요?......그건 명의만 그렇게 했다는 얘기 같은데......”



“하하하...... 곧 알 수는 있을 겁니다. 차주가 여자로 나오는 게 이상해서 제가 발 빠른 애들 몇 명 붙여 뒀습니다. 그 여자한테 붙어 다니다 보면 눈에 띄게 마련 아니겠습니까?”



“아이고, 뭐 그렇게까지...... 하하하......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내가 우리 처남들을 보면 마치 무슨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참, 그리고 술은 납품하셨나요?”



“네, 매부 덕분에 다행히 숨통이 트였습니다. 하하하......”



“다음에 또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뭐, 저도 좋은 일이니까요. 그리고 그 일은 소식 들어오는 대로 좀 알려 주시고요.”



“네, 제가 한 밤중이라도 전화 드리겠습니다.”



창고로 돌아오자마자 샤워도 않고 바로 침대에 쓰러진다. 매장 일도 다소 궁금했지만 가보면 또 길어질 것 같아서 휴가 중임을 핑계로 차를 바로 아파트로 집어넣어 버렸다. 후줄근한 집이라도, 기다려주는 이 없어도 피곤이 무기인지 역시 내 보금자리가 좋다는 느낌이다. 여기에 여우같은 마누라와 퇴근한 아빠에게 놀아달라고 팔 다리 하나씩 붙들고 늘어질 토끼 닮은 새끼들만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아쉬움도 잠깐이고 이내 잠 속으로 빠져든다.

전화벨 소리에 눈을 뜬다.



“나야.”



“응, 민희야......”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니 잠을 제법 잔 모양이다. 한껏 기지개를 켜며 피로를 떨쳐 버린다.



“지금 어디야? 나, 수원에 왔는데......”



“뭐?...... 혼자?......”



“응......”



“그럼 어디 있는데?...... 언니 집이야?”



“아니, 언니 집 근처에 있는데...... 자기부터 볼까 싶어서...... 흑......”



“야, 야...... 왜 그래? 민희야. 너 어디야?”



“여기...... 자기가 관리하는 슈퍼 앞인 거 같아.”



“그래, 거기 그대로 있어. 금방 나갈게......”



울먹이는 민희의 목소리에 잠을 떨친다. 정신없이 옷을 갈아입고 주차장으로 나가니 선글라스에 챙 넓은 모자를 쓴 예쁜 모습의 민희가 손을 흔든다. 금방 흐느낀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공연히 상인들을 마주치면 인사 받기도 불편할 것 같아 길 건너에서 그저 손짓으로 부르니 민희가 천천히 건너온다.



“어쩐 일이야? 혼자서......”



“으응, 우리 어디 좀 들어가자.”



“그래, 이리 들어 와. 내가 이렇게 산다. 허허허...... 보고서 웃지나 마라.”



창고로 들어서며 두리번거리는 민희를 앉히고 음료수를 꺼내준다.



“어머! 자기 이렇게 해 놓고 사는 거야? 안 불편해?”



“불편할 게 뭐 있어? 물 나오겠다. 화장실 가깝겠다. 민생고 다 해결 되는데...... 하하하......그나저나 이리 와라. 좀 안아보자.”



“아이, 싫어. 저리 가......”



강주를 떠미는 손길에 언뜻 푸른빛이 비친다. 조금 전 흐느낌이 착각이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에 미치자 강주는 빠른 손길로 민희의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겨 버린다.



“어머! 아이, 왜 이래? 빨리 줘......”



“야, 너 얼굴이 왜 그래?”



황급히 가려 봐야 시퍼런 눈두덩은 이미 눈에 들어왔고, 자세히 보니 얼굴을 가리는 팔뚝에도 군데군데 멍 자욱이 선명하다.



“누가 그랬어? 강원장이야? 응? 네 남편이 그런 거야?”



“흑......”



민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흐느끼기 시작한다. 의도적으로 제 마누라를 시정잡배들 노리개로 내굴리는 놈이 무슨 이유에서 민희를 때렸을지 궁금해진다.
더군다나 그렇다면 민희를 이렇게 만들어서 상품가치를 떨어뜨려서도 안 될 것인데 얼마나 대단한 잘못을 했기에 이 지경이 되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아까 자기도 다녀갔다면서?......”



“으응, 그런데?......”



“요즘 내가 회장 언니를 며칠 피하고 안 만나니까 아까 와서 되게 뭐라고 했던 모양이야.”



“뭐야? 그럼 회장이 시킨 거야?”



“설마 그러기야 했겠어?...... 내가 이제 사람들 만나는 거 싫다고...... 살림이나 할 테니까 차라리 건물 비워주고 병원에 취직하자고 했더니...... 그냥 그러다가 싸운 거야. 그런데 막상 어딜 가려고 해도 갈만 한 데도 없잖아. 그래서 그냥 자기 보러 온 거야.”



민희야 설마라며 회장에게 최소한의 신뢰를 실어주지만 강주가 보아 온 회장은 아직도 알 수 없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다. 황부장의 부인 미경이를 보고 나니 친위대를 이끌고 다니면서도 마치 각각의 쓰임새를 달리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서로가 서로의 진면목을 알 수 없는 점조직처럼 운영해 왔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집에는 들어가야 되잖아?”



“피...... 내가 너한테 들어붙을까 봐 겁나니?”



“야, 어디 밥이나 먹으러 가자. 너, 그 얼굴로 언니나 형부도 못 볼 거 아냐?”



“밥 생각도 없는데......”



“그래도 따라 와. 무조건 먹어 둬. 인마. 싸움도 힘이 나야 싸울 거 아냐?”



“푸훗...... 꼭 부부싸움 많이 해본 사람처럼 말하네?”



“야, 인생이 다 싸움의 연속 아니냐?”



상가 삼층의 식당에 자리를 잡으니 주인이 반겨준다. 아무래도 민희의 얼굴 꼴이 말이 아니라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꼭꼭 닫는다. 주문한 음식이 다 들어오도록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지 못하는 민희를 보니 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강원장을 두들겨 패 주고 싶은 심정이다.
부부란 함께 부대끼고 크고 작은 산과 골을 건너며 정을 쌓게 마련이지만 의외로 가장 가까이 살면서 가장 말이 통하지 않는 것도 또한 부부 사이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서로 다른 나라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손짓 발짓을 동원해 조금만 노력하면 의사소통이 가능한 일인데 부부간에는 이 또한 통하지 않는 일이다. 이미 돌처럼 굳어진 마음으로 자신만을 고집하면 또 다른 돌덩이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으니 정한 이치일 것이다. 부부간에도 마치 흐르는 물처럼 겸손이 자리할 수 있다면 작은 물방울 둘이 뭉쳐 더 큰 물방울 하나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인데 차라리 고개를 돌려 이미 돌처럼 굳어진 세태를 탓할 일이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안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란 민희가 황급히 모자를 들어 얼굴을 가린다.



“여긴 아무도 없는데......”



아마 일행을 기다리는 손님이었던 모양이다. 미안한 듯 고개를 꾸벅이고 문을 닫아주니 그제서 민희는 모자를 내리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킥......”



“아유...... 웃지 마. 남은 창피해 죽겠는데......”



방금 뱉고 지나간 말이 맴돌며 귀에 어린다. 안다고 다 아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분명히 방 안에는 두 사람이나 있었지만 그걸 보고서도 아무도 없다고 말을 하니,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은 내가 찾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있어도 없다는 것이다. 부부간에도 그럴 것이다. 이미 말을 해도 말이 통하지 않고, 곁에 있어도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니라면 이미 두 사람은 생면부지 남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노릇이다. 볼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문을 두드릴 때 나야...... 한 마디에 문을 열고 맞아들일 수 있다면 그 ‘나’라는 말 한 마디 안에 들어 있는 내가 진짜 나인지 쉬지 않고 돌아봐야 할 것이다. 그 내가 온전한 나여야만 비로소 내 가족도 온전한 가족일 것이다.



“아! 전화 왔다. 여보세요?”



“네, 매부...... 접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아...... 그 자식들, 인천에 조직 애들도 아니고 그냥 양아치 같은데요? 도대체 그건 왜 알아보신 겁니까? 혹시 매부한테 무슨 골치 아픈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아! 그래요? 그럼 뭐 썩 걱정할 일도 아닌 것 같네요. 난 혹시라도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가 생길지도 몰라서 그저 노파심에 물어본 겁니다. 그 정도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아! 매부, 매부......”



“네.......”



“그게 그렇지가 않은 것이 조직 애들 같으면 차라리 상대하기가 깔끔하고 쉬워요. 거래를 할 수도 있고...... 그런데 그런 놈들은 덩치가 작아서 치고 숨으면 찾기도 어렵고 또, 애들이 어리다 보니까 철이 없어서 한 번 사고를 치면 대형 사고를 친단 말입니다. 다른 차가 또 한 대 접수 돼서 조회를 해 보니까 이 자식은 전과가 많아요. 혹시라도 매부한테 위협이 되는 녀석들 같으면 사전에 손을 쓰는 게 좋을 겁니다.”



“아! 그런 겁니까? 아...... 그러면....... 일단 알았습니다.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으응, 아니야. 민희 너...... 혹시 미경이가 젊은 애들 데리고 다니는 거 알고 있니?”



“으응, 말은 들었어.”



“솔직히 말해 봐. 만난 적은 없어?”



“없다니까...... 한 번 언니가 그 애들 데리고 같이 놀러가자고 했다가 회장 언니한테 크게 혼나서 그냥 그런 줄만 알고 있어.”



“그 애들 뭐 하는 애들인데?......”



“에이그,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자기는 그런 거 신경 안 써도 돼.”



“에헤이...... 말 해 보라니까......”



“푸훗...... 진짜 모른다니까? 그냥 미경이 언니한테 놀아주면서 관리나 잘 하라고 하는 것만 들었어. 이것도 나한테 들었다고 말하면 안 돼. 알았지?”



“내가 무슨 바보냐? 그런 소리를 하게......”



“이제 그만 나가자. 나, 그냥 집에 가기 싫단 말이야.”



“그냥 안 가면...... 어쩔 건데?......”



“이 씨...... 다 알면서......”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민희의 얼굴을 보니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어 어정쩡한 표정으로 식당을 빠져 나온다.



“네......”



“응, 동생 어디야?”



전화를 받아들고는 민희를 바라보며 조용히 하라고 시킨 후 말을 잇는다.



“네...... 지금 수원으로 가는 중인데 차가 많이 막히네...... 한 시간 정도 걸리겠는데......”



“응, 그래 조심해서 와. 송희도 조금 전에 출발한다고 전화 왔었어.”



“네......”



상인들을 피해 상가 뒤를 돌아 창고로 들어간다.



“쿡쿡...... 야, 재미있다.”



“야, 뭐가 재미있냐? 나는 누님한테 들킬까 봐 아슬아슬한데......”



민희는 침대 곁에 서서 원피스 지퍼를 내린다. 심하게 맞았는지 몸 곳곳에는 시퍼런 멍이 들어 있어 더욱 처연해 보인다. 그럼에도 강주를 바라볼 때는 애써 웃어주는 표정이 강주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강주도 서둘러 옷을 벗고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아 입을 맞춰준다.



“쭈우웁...... 후루룹......”



“아야야...... 허리 잡지 마......”



“야, 이래 가지고 어떻게 해? 괜찮겠어? 병원에 안 가도 돼?”



“괜찮아. 견딜 수 있어.”



“자, 그럼 조심해서 누워 봐.”



어린아이 다루 듯 조심조심 민희에게 다가간다. 아무래도 체중을 싣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아 뒤로 끌어안아준다. 민희는 강주의 발기한 좆을 쥐어 몇 번 주무르고 자신의 비경으로 인도하여 길을 낸다.



“흐으응......”



“후욱, 후욱......”



전신이 아파 보여 애무도 해줄 수 없으니 그냥 밀고 들어가 삽입을 한다.



“으으으...... 흐으윽.”



“많이 아파?...... 후욱.”



“괜찮아. 빨리 해 줘...... 흐윽, 흐윽.”



마치 의식을 치르듯 조심스럽게 허리를 흔든다. 마땅히 쥘 곳이 없어 두리번거리다가 골반에도 멍 자욱이 있지만 할 수 없이 쥐고 흔들기 시작한다.



“아야...... 하악, 하악, 하악......”



강주에게 엉덩이를 내맡긴 채 힘이 드는지 고개를 옆으로 뻗어 강주의 팔을 베고 기댄다.
머리에서 나는 향수 냄새는 전처럼 여전한데 힘이 들어 쩔쩔매는 민희를 어찌해 줄 수 없는 자신의 부족함이 원망스럽다.
잔뜩 뒤로 내민 엉덩이에 화풀이라도 하듯 더욱 몰아쳐 만족하지도 못한 채 사정을 해 버린다.
신경이 다른 곳에 있으니 몰입하지 못하는 탓일 게다.



“어흐으윽...... 울컥...... 울컥...... 크윽......”



“아흐으으응......”



“에이 씨바...... 미안해......”



“아니야...... 난 좋았어...... 괜찮아......”



민희는 더욱 옆구리가 결리는지 앓는 소리를 내며 조심스럽게 돌아누워 강주의 입술을 찾아 부딪쳐 오고 강주는 어쩌지 못하고 받아 주기만 한다.



“아야야...... 흐으읍...... 쭈우웁...... 후루룹...... 아으흐흥......”



한동안 그렇게 말없이 부둥켜안은 채 질에서 흐르기 시작하는지 민희가 엉거주춤 일어선다.



“아야야...... 아유, 부축 좀 해줘...... 어머나! 깜짝이야. 아유...... 언......니......”



“뭐야? 아!...... 누님......”



민희는 쩔쩔 매며 옷을 찾아 몸을 가리고 강주는 멍청히 반쯤 일어서 부녀회 총무를 바라본다.



“너희들...... 도대체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아! 누님 일단 앉아서 얘기합시다.”



부녀회 총무는 마침 베란다에 나와서 전화를 하고 있었고 그걸 모르는 강주는 민희를 데리고 창고로 들어갔으니 그 모습을 위에서 모두 지켜보던 총무가 약이 올라 내려왔는데 동생의 목소리가 들리니 귀를 의심하고 처음부터모두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민희는 몸 밑으로 흐르고 있는 것에도 신경을 쓰지 못하고 쭈그리고 앉아있고 민희의 얼굴을 본 총무는 아연실색 이유를 묻는다.
할 수 없이 그간의 사정을 모두 말하니 고개를 끄덕이지만 송희만 모를 뿐 세 자매 모두 강주를 사랑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언니...... 미안해......”



“그게 무슨 네 탓이니? 다 그 망할 놈 때문이지. 어떻게 할 거야? 차라리 이혼 해. 동생, 네가 좀 어떻게 해 봐. 아유...... 얘, 이 꼴이 뭐야? 도대체......”



두 자매는 끌어안고 한동안 눈물을 흘리고 민희는 진정시키는 강주를 따라 욕실로 들어간다.



“우선 집으로 가자.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얘기하자.”



“안 돼. 언니...... 집에 가야지.”



“집은 무슨 집. 일단 여기서 자. 형부도 만나보고...... 동생, 넌 뭐해? 빨리 데리고 올라가.”



신경이 있는 대로 곤두선 총무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민희를 설득한다.



“아! 으응...... 알았어. 자, 민희야. 일단 올라가자.”



“아이 참...... 알았어.”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초인종을 누른다.



“누구세요?”



“나야......”



“어머! 언니도 왔네? 그런데 얼굴이 왜 그래? 형부랑 싸운 거야?”



이미 도착해 있던 송희가 강주는 본체만체 민희를 붙들고 사정을 물어본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앉아 걱정을 해주니 민희는 공연히 서러운 마음에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지만 속사정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 얘들 이혼 시킬 거야.”



“어허...... 당신도 참...... 무슨 그런 일로...... 부부싸움이란 게 다 칼로 물 베기야. 오늘만 참으면 내일은 다 풀어질 일을 갖고......”



“아유, 당신은 모르면 잠자코 있어요.”



민희의 일로 공연히 시끄러워질 것 같아 강주가 나서서 식구들을 만류한다.



“자, 자...... 두 분 그만하시고...... 즐거운 날인데 우선 식사부터 하시죠. 애들도 배가 고플 텐데...... 송희, 너도 안 먹었지?”



“으응...... 아유, 오빠, 미안해...... 우리 언니 처음 볼 텐데 이런 모습을 보여줘서 어떻게 해?”



“으응...... 뭐, 형님 말마따나 칼로 물 베긴데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민희와 함께 이미 식사를 마쳤지만 할 수 없이 다시 식탁에 앉아 부른 배를 두드리며 숟가락질을 한다. 민희는 속이 울렁거린다며 소파에 앉아 딴전을 부리면서도 강주의 그 모습이 우스운지 한 번씩 시선을 마주치며 혀를 내밀어 약을 올린다.
정작 자기 모습은 생각도 않고 강주를 약 올리는 모습에 우스워 밥을 먹다가 사래가 들려 콜록거린다.



“큭...... 큭.......”



“어머! 오빠...... 여기 물......”



등을 두들기는 송희에게 손사래를 치고 식탁에서 물러나 물을 마신다. 마침 핑계거리가 없었는데 차라리 잘 되었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벗어난다.



“아이고...... 저도 얹혔는지...... 그만 먹어야 되겠습니다.”



“아, 이거 참...... 공연히 자네도 처제 때문에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구먼.”



“아, 아닙니다. 많이 먹었습니다. 저는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올게요.”



베란다로 나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워 무니 민희가 슬그머니 따라 나온다. 강주가 돌아보며 미소를 짓는다.



“야, 스릴 있어서 좋긴 한데...... 킥킥...... 너 얼굴이 바둑이처럼 돼 가지고 지금 얼마나 웃기는지 알아?”



“이 씨...... 너 죽을래?”



한참을 노닥거리는데 식사를 마친 송희가 베란다로 나오며 말을 붙여 온다.



“어머! 오빠...... 언니랑 벌써 많이 친해졌네? 호호호......”



“으응, 알고 보니 처형이 나하고 동갑이던데...... 그냥 친구처럼 지내기로 했어.”



“피...... 또 처형이란다.”



송희는 은근히 싫지 않은 듯 강주의 어깨를 때리면서도 마치 소박맞고 친정으로 쫓겨 온 듯 보이는 언니에게 미안한지 민희의 기색을 살핀다.



“오빠, 우리 슈퍼에 가 보자.”



“야, 너 또 지난번처럼 그러려고 그러지?”



“킥...... 재미있잖아. 가자. 으응?”



송희를 이길 수 없으니 할 수 없이 이끌려 나서는데 민희도 가려는지 모자와 선글라스를 챙긴다.



“언니도 갈 거야?”



“으응...... 나도 궁금하네. 같이 가 보자.”



“큰언니...... 우리 슈퍼에 갔다 올게......”



“그래, 그럼 올 때 술안주하게 고기 좀 사 올래?”



“으응...... 알았어.”



역시나 송희는 강주에게 매달리 듯 안겨서 걸어가고 강주는 뒤따라오는 민희가 신경 쓰이는지 송희에게 핀잔을 준다.



“야, 너희 언니 기분이 별로 안 좋을 텐데, 이렇게 매달려서 갈 거야?”



“어머! 참 호호호...... 언니, 빨리 와.”



“그래, 계집애...... 강주씨가 그렇게 좋으니?”



“어머! 언니는 왜 함부로 이름을 부르고 그래?”



“참 나...... 그럼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제부라고 하리? 그리고 나이도 동갑인데...... 안 그래? 강주야......”



민희는 말이 나온 김에 송희를 약 올리려는지 능글거리며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고 강주도 맞장구를 쳐 준다.



“으응...... 그렇지 민희야...... 하하하......”



“어머! 뭐야. 두 사람...... 이 씨......”



송희는 약이 올라 큰 소리로 발을 구르며 앞 서 가고 두 사람은 허리를 잡고 웃는다. 주차장을 통과해 매장으로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인사를 해 오고 송희는 어느새 다시 강주의 팔짱을 끼고 행복해 한다.
강주는 장난기가 발동해 야채코너로 두 사람을 데리고 가고 청과야채 담당이 인사를 해 온다.



“아! 소장님, 반갑습니다. 휴가 중이신데 자주 뵙습니다.”



“응, 그래...... 수고 많다.”



강주는 송희와 민희를 돌아보며 묻는다.



“고기 구워 먹으려면 고추도 있어야겠지?”



“몰라, 오빠가 알아서 사요.”



“킥...... 그래, 아저씨 고추 얼마예요.”



“어머! 뭐야? 오빠는...... 무슨 말이 그래? 호호호......”



송희는 얼굴이 빨개져서 민희 뒤로 숨고 강주와 민희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 야채담당도 민망한지 고추를 담으며 미소를 짓는다.



“아이고, 참...... 소장님 여전하십니다. 하하하......”



“하하하...... 재미있잖아. 그래, 계속 수고해라......”



고기를 사기 위해 정육코너로 걸음을 옮기면서 송희와 민희에게 말을 건다.



“빨리 와. 왜...... 이제 창피해?”



“아유...... 엉큼하게...... 아주 웃기고 있어. 언니도 있는데......”



“호호호...... 얘, 뭐 어때서 그래? 강주씨가 재미있게 해 주니까 좋은데......”



“언니도 웃긴다? 얼음공주가 왜 이렇게 오빠한테는 상냥하실까?”



“얘는 내가 뭘...... 칫...... 네 남자 친구니까 그러는 거지. 그리고 나하곤 동갑이라잖아?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그렇지? 강주야.......”



“으응...... 그렇지. 민희야. 하하하......”



“또 그런다. 또......”



“자, 자...... 송희야. 여자들이 정육 코너에서는 어떻게 하는 줄 알아?”



“뭐를?......”



“곰거리를 사러 와서는 족이나 사골 같은 거...... 고르다가 정육담당을 쓰윽 쳐다보면서...... 아저씨 족 같은 거 하나 주세요. 이러는데.......”



“아유 씨...... 또......”



“호호호.......”



“하하하......”



강주가 자꾸만 음담패설 같은 소리를 늘어놓자 송희는 아예 민희에게 가서 팔짱을 끼고 딴전을 부린다.



“아유...... 오빠 이제 아는 척 하지 마. 창피해서 같이 못 다니겠어.”



“에이...... 재미있는 거 하나 더 있는데......”



이번에는 민희가 바짝 다가서며 묻는다.



“호호호...... 재미있는데 얘는 뭘 그래?...... 나도 써먹어야겠다. 호호호...... 어서 말 해 봐.”



“어머! 언니는 미쳤나 봐. 결혼하면 여자가 이렇게 뻔뻔해져도 되는 거야?”



“아유, 가만히 있어 봐. 좀 들어 보게...... 호호호......”



“으음...... 닭을 사면서...... 껍데기에 지방질이 많으니까 싫어하는 여자들이 많거든...... 요염하게 정육담당을 쳐다보면서 이러는 거지. 아저씨 저는 다 벗겨주세요. 쿡쿡......”



“호호호......”



“푸훗......”



“어어...... 송희도 웃었다. 하하하......”



“내가 언제...... 미쳤나 봐. 둘 다......”



고기를 사들고 나오면서 송희는 한 팔에는 강주를, 다른 한 팔은 민희에게 팔짱을 끼고 즐거워한다. 우울해 보이는 언니를 위로해 주기 위해 애써주는 강주가 고맙고, 쌀쌀맞은 언니가 자신의 남자인 강주에게는 유독 친절히 대해 주니 그도 고마운 모양이다. 그저 모르는 것이 약일뿐이다.



“저...... 소장님, 손님이 찾으시는데요?”



“뭐야? 허허...... 참...... 아니 휴가 중에 누가......”



고개를 들어 입구를 보니 정필이가 허리를 꺾어 절을 한다.



“어머! 오빠, 저 사람 누구야? 무슨 인사를 저렇게...... 무섭게 생겼다.”



“푸훗, 무섭긴...... 그냥 아는 사람이야. 잠깐만 기다려. 가보고 올게.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더 사고 있어.”



“으응...... 빨리 와.....”



강주가 나오니 정필이도 주차장 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주차장에는 전날 풍물시장을 할 때 얼굴을 익힌 사내들도 몇이 앉아 있다가 강주를 보고 허리를 꺾어 인사를 해 온다.



“자, 자...... 이쪽으로 와. 아니...... 무슨 인사들을 그렇게 해? 하하하...... 사람 곤란하게시리......”



“아니, 매형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잖아요. 전화도 안 받으시고......”



분위기를 보아하니 박부장에게 무슨 언질을 받은 모양이다.



“으응? 전화?...... 아! 집에 두고 온 모양이다...... 그래, 형한테 무슨 얘기라도 들었어? 내가 걱정 돼서 온 거야?.....”



“네...... 그런데 형님이 찾는 그 놈들은 뭐예요? 그냥 싹 쓸어버릴까요?”



“아니야. 이 사람아...... 무슨 영화 찍어? 그건 그저 내가 궁금해서 알아본 거야. 그나저나 요즘 산에서 애들 데리고 뭐 한다면서......”



“허허...... 네. 그저 운동이나 하고 농사도 짓고 그럽니다.”



“참 나...... 설마 네가 그러겠다. 자, 돈도 많이 필요할 텐데, 이거 갖다 쓰고 다른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지내. 괜히 면회 가게 만들지 말고......”



“아유, 형님...... 웬 돈을 이렇게......”



“산중에 똘마니들 데리고 있으려면 돈 많이 필요할 거 아냐? 그리고 너도 전화 잘 안 될 때가 많던데...... 항상 열어놓고......”



“네, 지금은 산에 소형 발전기를 준비해 둬서 전기 쓸 수 있도록 해 뒀습니다.”



“어쩌면 내가 처남 신세를 지게 될지도 몰라서 그래. 전화 항상 열어 둬.”



“음...... 그 놈들 때문에 그러시는 거면 제가 치워 버릴 테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아, 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 괜히 지레짐작으로 사고 치지 마. 나중에 연락해 줄게.”



강주는 민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쩌면 정필이의 신세를 지게 될지도 몰라 회사에서 수령한 수표를 정필이에게 내밀어 마음을 써 준다. 황부장의 부인 미경이가 관리한다는 젊은 사내들이 아무래도 마음이 쓰이는 모양이다.
회장이 비밀스럽게 미경이를 내세워 몸 보시를 시켜가며 관리를 할 때에는 그 쓰임새가 있을 것이고 짐작컨대 떳떳한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거래 중에 필요 없는 상대를 제거하고 또는 보복이나 복종시키는 일에 써먹었다면 결코 민희도 안전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일에 대비를 해 두는 것뿐이다.
정필이 일행을 보내고 다시 매장으로 들어선다. 부소장이 강주에게 인사를 해 온다.



“아! 부소장님...... 지금 자리가 준비 됐는데...... 어차피 내가 휴가 끝날 때까지는 계셔야 하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나 잘 하십시오.”



“아! 네...... 감사합니다. 소장님.”



“인천으로 가셔야 하니까 미리 주변정리도 해 두시고......”



“네, 네...... 알았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쇼핑을 마치고 아파트로 올라가니 밖에서 기다리던 민희의 언니가 강주를 붙잡는다.



“자, 너희 먼저 들어가. 나는 동생하고 얘기 좀 하고 들어갈게”



“응......”



“오빠, 빨리 들어 와.”



“그래.”



“으음...... 송희 데리고 다닐 때 조심 해. 눈치 차리지 못하게...... 동생, 저 애 이혼시켜야 할 텐데...... 계속 여기 데리고 있으면 결국 그놈이 찾아올 거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일단 본인 의사를 물어 보세요. 이혼 할 생각이 있는지...... 그저 병원만 옮겨주면 해결될지도 모르는데...... 제가 다른 장소에 민희를 숨겨줄 데야 많이 있지만 본인이 싫다면 할 수 없는 거잖아요?”



“동생은 그게 무슨 소리야? 무조건 이혼 시켜야 돼. 저 애가 창녀야? 뭐야? 자기가 좋아서 즐기는 것도 아니고...... 그 나쁜 새끼...... 형님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굴어도 내 동생을 데리고 있으니까 그저 예쁘게만 봐 줬는데...... 하여튼 민희는 내가 따로 얘기할 테니까 그럼...... 동생이 어디 숨겨 줄 데가 있긴 있는 거지? 이혼시킬 동안만 둘이 못 만나게 데리고 있어.”



“네...... 집은 얼마든지 있지만 지금 제가 불안한 건 민희가 이혼을 하더라도 그 회장이 거느리고 있는 다른 여자가 양아치 같은 애들을 부리고 있어서...... 그게 자꾸 신경이 쓰이네요. 자칫 민희한테 해코지라도 할까 봐 그게 걱정이에요.”



“어머! 그럼 어떻게 해. 경찰에 신고하면 안 될까?”



“허허...... 참, 누님도...... 경찰에 뭐라고 신고를 해요? 누가 뭘 잘못했다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그럼 어떻게 해? 저대로 보낼 수도 없고......”



“일단 민희가 마음을 정하면 내가 다른 곳에 숨겨두고 경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혹시 그런 문제가 생기면 그 때 가서 대응을 해도 늦지 않을 거예요.”



“깡패들이라면서......”



“푸훗...... 누님, 나 싸움 잘 해요.”



강주는 장난스럽게 알통을 들어 보인다.



“아유...... 지금 장난 칠 때야?”



“걱정 말아요. 뛰는 놈 위에는 나는 놈도 있는 법이니까...... 아까 민희도 봐서 알 거예요. 일단 민희 뜻이나 물어 보세요.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알았어. 일단 들어가자.”



둘러 앉아 고기를 굽는 와중에 민희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서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 것이 설득이 길어지는 모양이다. 송희는 작은 언니의 얼굴이 말이 아닌 지경이니 오히려 강주에게 면목이 없어 자꾸만 술을 권한다.



“오빠, 미안해요. 손님을 불러놓고 분위기가 이래서......”



“어허...... 처제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이 친구가 왜 손님이야. 우리 식구지. 괜찮아.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거야.”



“아유...... 작은 형부 그렇게 안 봤는데...... 여자를 저렇게 때리는 게 어디 있어? 혹시 형부도 그러는 거 아니에요?”



“어허...... 이거 불똥이 왜 갑자기 나한테 튀나? 허허허......”



“오빠도 나중에 나 때리기만 해 봐. 그냥 콱 죽어 버릴 거니까......”



“어어...... 무시무시하게 왜 그래? 하하하...... 걱정 마. 못난 놈들이나 여자를 때리지. 도대체 아까워서 자기 여자를 어떻게 때려?”



방문이 열리더니 강주를 불러들인다. 송희는 무언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강주의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보이자 어깨가 으쓱해져 강주의 등을 떠민다. 민희는 쪼그리고 앉은 무릎 사이에서 얼굴을 들며 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곤 강주를 바라본다.



“그럼 강주씨...... 나 어디 숨겨 줄 데는 있어? 미경이 언니가 데리고 있는 애들이 나 해코지할지도 모른다면서?......아까 슈퍼에서 본 사람들도 보통 사람 같지는 않던데......”



“으음...... 그렇게 결심한 거야? 너 숨겨 줄 데야 많이 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건데?......”



“푸훗...... 뭐, 송희한테는 미안하지만 자기한테 들어붙어야지. 어떻게 하겠어? 강주씨가 나 책임진다면서?......”



강주는 슬쩍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는 민망한지 뒷덜미를 긁는다. 이런 경우 확실히 여자가 남자보다 대범한 모양이다. 한 자매간 이지만 서로의 사정을 알고 나니 못할 말이 없는 표정이다.



“자식...... 그래, 내가 책임질게. 아무 걱정 하지 마. 일단 내일 송희 보내놓고 함께 가자.”



“그래, 아무튼 너희들도 조심해. 송희 눈치 못 채도록...... 아유, 참...... 이게 무슨 일이야......”



늦도록 술을 마시고 거실에서 모두 이야기나 하며 놀다가 함께 자자고 청하는 걸 뿌리치고 내려온다. 공연히 함께 자다가 송희 앞에서 실수라도 하게 되면 정말 난감한 일이고 코앞에 숙소가 있는데 편안한 잠자리를 두고 고생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하모니 장마담에게 전화를 건다.



“응, 혜영아...... 나야. 강주......”



“응, 강주씨...... 오늘 올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지금 내가 다른 데 딱히 부탁할 만한 데도 없어서 그러는데...... 여자 한 사람만 너희 집에 며칠 데리고 있어 줄 수 없을까?”



“어머머! 뭐라고? 자기 지금 뭐라고 했어?”



강주는 할 수 없이 장마담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다시 이해를 구한다.



“어머나...... 뭐 그런 미친놈이 다 있을까? 자기 마누라를...... 아유, 그런 인간들은 약 먹여놓고 물건을 아주 싹둑 잘라 버려야 돼.”



“참 나...... 이거 여자들이 더 무섭다니까...... 그러니까 혜영아...... 사정 좀 봐 줘라.”



“그래, 알았어. 강주씨 부탁이니까 특별히 들어 주는 거야. 그 대신 내 앞에서는 친한 척 하기 없어.”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만에 하나 강주가 의심을 받는다면 의왕매장도 이미 회장이 알고 있으니 안심하고 숨길만 한 곳은 전혀 연관을 지을 수 없는 장마담의 집이 안성맞춤일 것이다.
낮에 잠을 자서 그런지 잠도 오질 않아 컴퓨터를 켜서 폰에 있는 사진들을 저장해 둔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어 나가보니 두 자매가 내려와 있다.



“어! 누님, 민희도 왔네? 왜 안자고 내려왔어?”



“으응...... 심란해서 잠도 안 와. 동생하고 편하게 상의도 더 해야 하 것 같아서...... 집에는 애들 아빠하고 송희도 있으니까 불안해서 목소리도 크게 못 내잖아.”



“형님은 자요?”



“응, 송희도 술이 취해서 애들 방에서 잠들었어.”



“아유...... 이게 무슨 일이니? 우리 세 자매가 모두 너한테 매달려서......”



“걱정 말아요. 나중에 모두 한 집에서 삽시다. 아니, 그럼 더 불편할 거고 모두 한 아파트에서 삽시다. 왔다 갔다 하면서...... 킥킥......”



“아유, 장난치지 마. 가슴 떨려 죽겠어.”



“언니, 걱정하지 마. 자기 이젠 돈 많이 벌어야겠다. 아파트를 세 채나 마련하려면...... 호호호...... 차라리 이렇게 결심하니까 홀가분하고 좋다. 강주씨가 나한테는 구세주나 다름없네.”



“참, 너희들도 천생연분이다. 어쩌면 그렇게 남 얘기하듯 잘 하니?”



“하하하...... 뭐, 구세주가 별 겁니까? 그저 밥이나 먹여주면 되는 거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뭐...... 얼마나 잘 먹고 잘 살 거라고 그런 마음고생을 해가면서 살아요? 그건 결코 잘 사는 게 아니잖아요?”



정말 그럴지도 모르는 일이다. 예수는 마구간에서 태어나 말구유에 뉘여 있었다고 하니 말구유는 다름 아닌 여물통이고 여물통은 밥그릇이니 그 안에 담겨있던 예수는 사람들에게 밥으로 온 것일 게다. 먹고사는 문제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이겠지만 조금 더 잘 먹고 조금 더 잘 살기 위해서 마음고생하며 자신과 가족을 나락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저 한 공기 밥에 만족을 하고 시원한 냉수로 배를 채워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 사랑만 가득하다면 자신의 몸을 세상의 밥으로 내어 준 예수처럼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는 기꺼이 밥이 되어 씹혀도 좋을 일이다.



“참 나...... 갖다 붙이기는...... 아유...... 그래도 죄 짓는 거 같아서......”



“죄요? 그럼 이민 갈까?......”



죄라는 것도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같은 사안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죄일 수도 아닐 수도 있으니 다분히 진리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간과 공간을 관통해 언제 어디서라도 적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진리라고 할 만할 것이다. 속뜻을 보자면 빗나간 행위, 과녁에서 벗어나는 일을 죄라고 한다 하니 배우자를 속이고 외도를 하는 것이 좁은 의미의 죄라면 죄이겠으나 스스로 행복할 권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타인에게 강제하지 않는 한, 천부적으로 주어진 권리를 누구라도 빼앗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나라에 따라 간통을 벌하는 입장이 각기 다른 것은 그 시각차이일 것이고 천부적인 권리보다 기혼남녀의 정조를 윗자리에 두어 법으로 지켜주는 것은 모두를 철모르는 철부지로 보는 것이니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도덕적으로 포장되고 교육적으로 조작된 죄의식일 것이다. 선행을 베풀고 그 생색을 내는 사람이야말로 이미 받을 보상을 다 받은 셈이니 죄의식도 그와 다름 아닐 것이다.
아파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셈을 치렀다면 차원 다른 해방된 삶 속에서 솔직한 인간본연의 행복을 누리며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엉터리 같은 죄의식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죄에서 벗어나는 길일지도 모를 일이다.
남녀가 서로에게 목적이어야 하겠지만 섹스와 사랑을 묶어서 생각할 일은 아닐 것이다. 섹스는 사랑하기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일 수는 없는 일이며 섹스로 상대를 구속한다면 이미 그 자유의지를 꺾는 것이니 사랑이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유의사에 반한다고 해서 부부간의 강간을 범죄로 인정하는 풍토에서 간통을 여전히 백안시하는 것은 그야말로 넌 센스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섹스는 나누고 교감하는 것이다. 사랑하기 위해 섹스를 하는 것이지, 섹스를 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즐거워야 할 행위를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먹고 사는 이유로 해야 한다면 그것은 정말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피......”



“허허......



“얘, 민희 너는 여기서 잘래?”



“아유, 싫어...... 나 지금도 옆구리가 결려. 나 먼저 올라갈 테니까 언니나 더 있다가 올라 와. 그럼 강주씨...... 우리 언니 행복하게 해 줘. 호호호......”



“아유, 얘는 빨리 올라가기나 해. 나도 금방 갈게.”



나가는 민희를 배웅하고는 문을 잠그고 돌아와 옷을 벗는다. 강주와 동생의 정사 장면을 떠올리며 후끈 달아오른 모습이다.



“봐, 이렇게 문단속을 잘 해야지. 그게 무슨 꼴이니?”



“하하하...... 그래서 이렇게 됐으니 결국 다 잘 된 거 아니요? 탁 터놓고 얘기 할 수 있으니...... 얘기하고 나니까 속도 후련하잖아요.”



강주도 서둘러 옷을 벗고 서비스를 기대하는 듯 침대에 누워 버리고 그녀는 강주의 좆을 문질러 세우고는 배 위에 걸터앉아 잔뜩 벌어져 색스러운 질 속으로 밀어 넣는다.



“흐으응......”



“어헉, 바로 넣어도 괜찮아?......”



“으흐으으응...... 나 벌써 물 나왔어. 괜찮아......”



강주는 그녀의 젖가슴을 애무해주며 흥분을 끌어올리고 이미 동생에게 노출되고 공개된 섹스를 기대해서인지 부녀회 총무는 한껏 달아올라 요분질을 해 대고 있다.



“아학...... 하악...... 아학.”



천천히 엉덩이를 들어 좆을 빼 낼 때는 다시 채워 줄 기대감에 몸을 떨고 엉덩이를 내려 사타구니를 마주칠 때에는 질벽을 긁어주는 느낌과 깊숙한 삽입으로 낯 설은 통증을 쾌감으로 즐긴다.



“으흐으응...... 허억...... 허억......”



한동안의 방아질로 물을 쏟아 두 사람의 사타구니가 흥건해질 즈음 강주가 자세를 바꿔 그녀의 엉덩이에 매달리고 그 엉덩이는 가득한 기대로 강주를 맞아들인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거친 심호흡으로 마주치는 속도를 더해 간다.
질 깊숙이 찔러오는 강주에게 이제는 마음 밑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신뢰를 보내준다.
동생들을 모두 잘 부탁한다는 의미 일 것이다.



“하악, 여보...... 여보...... 사랑해......”



“그래, 누님...... 후욱, 후욱, 내 여보야...... 후욱......”



빠른 좆질로 사정의 기운이 몰려온다. 머릿속이 온통 하얗게 변하는 착각 속에 불꽃놀이를 즐긴다.



“으으으으흑...... 울컥...... 꿀럭......”



질속에서 터지는 폭죽의 기운을 느끼고는 천천히 앞으로 엎어진다. 엉덩이 위로 느껴지는 강주의 체중만큼이나 포만감을 느끼는지 엎어진 채 좆이 꽂힌 엉덩이에 경련을 일으킨다.



“후우...... 누님, 나를 뭐라고 불렀지?”



“으흥...... 여보...... 내가 동생 여보라고 부르면 좋아했잖아?”



“후훗...... 물론 좋지...... 얼마나 좋은데...... 한 번 더 해 봐.”



“차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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