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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2일 금요일

이것이 사랑이었을까? -2편

몇일만의 결혼생활인 끝이났다. 어느덧 1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끊임없이 계속 될것 같던 그녀에 대한 생각도 어느덧 과거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칼튼 호텔에서 다시 오은영이라는 여자를 만났다. 아니 나혼자 봤다. 커피숖에 누군가와 제법 심각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것 같았다. 다시 그녀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애써 생각을 지우고 호텔에서 나왔다.

그리고 몇일후에 연락이 왔다.

'저 은영이 예요.'

'그래 오랜만이야 잘지냈어?'

이렇게 인사를 할수 있을정도로 편안해져 있었던것이다.

'네 오랜만이네요. 지훈씨는 잘 지냈어요?'

'항상 비슷한 삶이지뭐'

'시간 괜찮아요? 한번 만나고 싶은데'

술을 마셨는지 약간은 흐트러진 목소리였다.

'술마신거야? 지금 만나자구?'

'조금마셨어요. 왜요 지금은 힘들어요?'

'아니 그런것은 아니지만 술 많이 마셨으면 다른날 만나든지'

'괜찮아요. 지금 만나고 싶어요. 지금 지훈씨 회사 근처예요.'

'그래? 어딘데?'

'강남 엘지타워 밑에 있는 스타벅스예요.'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내려갈께'

스타벅스로 가자 혼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아마도 아이리쉬커피이리라, 그녀가 즐겨마시던 커피였다

나는 아직도 내가 그런걸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거야?'

'왔어요. 전화 할때 도착한거였어요.'

'그래, 밥은 먹은거야?'

'지훈씨가 사줄지 알고 안먹고 왔어요.'

'그래, 그럼 나가자 밥먹으러'

'아니예요. 술이나 한잔 사주세요'

나는 그녀를 내려보았다. 그리고 먼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근처의 호텔 빠로 갔다.

'좋아 보이는군요.'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그런가? 혼자사는 남자가 좋아보여봤자 얼마나 좋아보이겠어'

'아니예요. 편해보여서 보기 좋아요. 하기야 그것이 당신의 매력이기도 하구요.나도 그것에 끌렸으니까'

'고맙군, 그래 어떻게 지낸거야?'

'시집가볼려구 했는데 쉽지 않더군요. 여자의 과거가 남자에게 그렇게 큰 문제인지 몰랐어요. 지훈씨에게 미안해지더군요. 나는 그렇게 심각한건지 몰랐었거든요.'

'그런 얘기 그만하지'

'지금도 이런 얘기하는거 불편해요?'

'불편하다기 보다는 그냥 그런 얘기 하고 싶지 않을뿐이야'

'저 사실 남자만났었어요. 한 2달 됐나?'

나는 그순간 칼튼호텔이 생각났다. 아마도 그남자를 얘기하는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랬어? 그런데 어째 이제는 만나지 않는다는 말로 들리는군'

'맞아요. 그 남자에게 과거를 얘기했더니 물론 지훈씨와 결혼 했었다는 말은 하지않았지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더군요.'

'그후로 연락이 없었어요. 별로 미련도 남지 않지만 앞으로 다른 남자만나서 결혼한다는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남자들은 여자의 처녀성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지훈씨는 왜 그렇게 싫었던거예요?'

'그만하지, 술이나 마시자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저를 위해서 말해줄수 있잖아요, 부탁이예요, 왜 그랬는지 말해주세요'

나는 그런 그녀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글쎄, 나도 왜 인지는 잘 모르겠어, 그런데 모든 사람의 과거는 현재의 거울 같은거라고 생각돼'

'그리고, 술집 작부와 다른점을 찾을수가 없잖아. 대부분에 남자들이 이쁘고 잘빠진 여자를 원해'

'그렇다면 술집여자들 이쁘고 날씬한 여자들 많은데 그곳에서 찾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도 남자들이 그런 술집여자와 결혼은 고사하고 사귀는것도 싫어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당신이 생각하기에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여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술집여자가 결혼하고 술집 생활인 과거였다고 말한다면 이해해야 한다는 말인가?'

'술집여자하고 다른거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관계를 가진다는거? 그럼 몸을 줄만큼 사랑한 사람이었는데 왜 헤어졌는데?'

한번 터진 내입에서 줄줄 흘러나왔다. 앞뒤가 맞는지 어쩐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각했고, 또한 스스로도 답을 찾지 못했던 말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많이 말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는 내 자신에게 놀라고 있었다.

'이게 줄곧 내가 생각하고 답을 찾을려고 했던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이야. 어때 당신은 답을 낼수 있겠어?'

'너무 비하시킨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술집여자와 비교를 한다는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이해할려고 하지마, 그냥 술집여자와 다른 무엇인가를 말해봐'

'사랑했던 남자하고만 성관계를 가졌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야?'

'여자에게 성관계는 남자의 성관계와 다르다는 말이 생각나는군, 여자들은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성관계를 갖는것이 힘들다고 하던데 어때? 맞는 말인가?'

'그럼 몸과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던 사람인데 왜 헤어진거야?'

'성격차이? 생활의 어려움? 사고의 차이? 무엇인가 맞지 않아서?'

'그래서 헤어지고 다른 사랑을 찾았다. 그럼 앞으로 또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참 많은 생각을 한것 같군요.'

조용히 내말을 듣고 있던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탁자에 놓인 술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또 다시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괜히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헤어진다는것도 우스웠다.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모르지만 이런 얘기를 나눈 상태에서 그냥 일어나서 나오자니 무엇인가 찝찝한 기분이었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런것이었군요.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앞으로 나는 남자를 만나기전에 여자의 과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터

알아보고 남자를 만나야겠군요.'

그러면서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있자니 씁쓸했다. 나와 결혼까지 한 여자, 아니 내가 결혼하고 싶어 할정도로 사랑했던 여자가 상처받고 저렇게 흔들리고 있다.

나는 이여자를 사랑했던것일까? 사랑을 사랑했던것일까?

그러면서 나는 다시 사랑이 무엇인가부터 정의를 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 술집 작부는 사랑해서는 안되는 것일까?

그럼 술집여자와 결혼해서 사는 남자들은 무엇인가? 그 남자들은 성인인것일까? 대범해서 인가? 그럼 나는 무엇인가?

그 사람들과 나의 사랑방식이 틀린것일까?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고개를 흔들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어느덧 양주를 두병째 마시고 있었다.

제법 취기가 느껴졌다. 그녀는 술기운에 상체가 흔들리고 있었다.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나는 그녀를 부축하고 있었다.

그녀는 인사불성인 상태였다. 흐느껴 울기도 하고, 누군가를 향해서인지도 모를 아니 나를 보고 하는 욕인지 아니면 과거의 남자를 향해 하는 말인지 모를 원망의 말도 흘러나왔다. 나는 택시를 잡았다. 그대로 그녀집까지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집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큰 숨을 들이키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심한 욕정이 올라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결혼하고 그녀의 처녀성이 깨졌다는걸 아는 순간 그녀에게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욕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욕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었다. 볼멘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는 이불을 덮어주고 거실로 나왔다.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체보다는 정신적인 피로함인거 같았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술을꺼내서 한잔 따랐다.

그리고 술잔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에 부딫쳤다. 답답하던 가슴이 시원해지고 있었다.

아파트 주위 여기저기에 달라붙은 가로등 불빛이 아름답게보인다. 왜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을까?

그러다 선호가 떠올랐다. 선호는 요즘도 가끔 만난다. 하지만 제수씨는 그후로 보지 못했다. 미안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며 간혹 술을 마시고 있는데 내 어깨에 손을 올라왔다. 뒤돌아보자 그녀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더 자지 일어났어?'

'그냥요, 또 술마셔요?'

'그냥 잠도 안오고 그래서'

그러면서 쇼파로 가서 앉았다. 그녀도 내 옆에 와서 앉았다.

'저 침대에서 처음으로 잔거 알아요?'

순간 나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랬다. 한번도 저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잔적이 없었다.

'그랬던가?'

'기분이 묘하더군요. 제가 아무일도 없이 처녀로 당신과 결혼했었더라면 지금까지도 당신과 사랑을 나누고 있을지 모를 그런 자리인데' 나는 말없이 술잔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도 그런 말을 하고 나서 쑥스러운지 쇼파에서 일어나 양주병을 들더니 자기도 한잔을 따라서 가지고 왔다.

'술 많이 마셨잖아 그만 하지'

'괜찮아요 특별히 할일도 없는데요 뭘'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술만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말을 잃은듯이 그렇게 있었다.

술잔을 비운 그녀가 일어났다.

'오늘 여기서 자고 가도 되나요?'

'그렇게 해 침대에서 자 나는 작은 방에서 잘테니까'

'갈아입을 옷즘 있나요?'

'글쎄, 입을만한것이 있나 모르겠군 작은방 서랍열어봐'

잠시후에 그녀가 작은 방에서 나오더니 여자 홈드레스같은 옷을 입고 나왔다. 나는 어떻게 된것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었다.

'내옷이 아직 있을지는 몰랐네요.'

'당신옷인가? 서랍을 정리하지 않아서'

그러면서 화장실에 있을 그녀가 가져다 둔 물건들이 떠올랐다.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그리고 치우는것이 귀찮기도 해서 아직까지 그대로 둔것인데 그녀가 오해를 할수도 있을것 같아서 치우지 않은게 후회가 됐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그녀가 화장실로 들어갔다. 물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문득 첫날밤이 생각났다. 그때는 저소리를 들으면서 얼마나 가슴떨려했던가. 그런데 지금은 전혀다른 떨림이 있었다.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이런 감정이 생긴다는게 새삼스러운 감정은 아니였지만, 그녀에게 이런 느낌을 받고 있는 내가 이상스레 느껴졌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제가 가져다 둔 것들이 아직도 있네요. 묘한 기분이 들어요.'

'응, 그냥 치우는것이 귀찮아서 그대로 둔거야'

'알아요. 그렇게 변명하지 않아도, 그냥 그런 기분이 든다는거 뿐이예요. 지훈씨 답지 않은거 같아요.'

그러면서 입가에 미소를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머리을 틀어올려서 수건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 와이프였다면 저런 모습을 자주 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생소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거실에 불을 끄고 작은 방으로 왔다. 여전히 욕정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치근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났다. 모터소리가 들렸다. 전기청소기가 돌아가는 소리였다.

나는 작은 방에서 나왔다.

'일어났어요?'

'어, 뭐하는거야?'

'그냥 잠잔 값은 해야될거 같아서요. 저 이래뵈도 청소는 잘해요. 어때요 파출부로 취직시켜주면 안되요? 호호호'

그녀의 농담소리를 들으며 나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양치를 하고 샤워기를 틀었다. 차가운 물이 내 몸에 쏟아졌다.

가을이 늦어가고 있는 시점이라서 차가웠다. 하지만 난 그 차가움이 싫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그녀가 어디서 찾아냈는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나를 보고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배가 고파서요 밥먹을려구요.'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작은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옷을 입고 나왔다.

출근준비를 하고 나오는 나를 보고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밥먹고 가, 열쇠는 경비실에 맡기고 나는 늦어서 나가봐야돼'

'그래도 함께 먹고 가면 안되요?'

'미안해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먹을께'

그리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약간은 후회도 되었다. 너무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잊어버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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