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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7일 일요일

민박집의 추억 ..1

아내는 아파트 스타일이고 저는 좀 자연속의 우두막 체질이라 숲에 파묻히는 걸 좋아합니다.
물론 보지숲도 매우매우 좋아합니다만.

서울 생활이 너무 갑갑해서 산에 들어가서 살고 싶은데 아내가 불편해 하고 애 교육 문제도 있고 해서 도시 아파트에 살고는 있지만 숨이 콱콱 막힙니다.
소음과 매연, 주차 문제, 쇼핑의 압박, 유흥의 유혹 등...

해서 산아래 외딴곳에 짱박힌 작은집 하나 장만하여 답답하고 그러면 거기 가서 쉬었다 오곤 합니다.
어제 저녁 산소가 너무 그리워서 갔다가 자고 좀 아까 새벽에 들어왔는데
불빛도 사람도 차도 별로 없는 이른 새벽길을 쓸쓸히 오려니 문득 옛 일이 생각나더군요.

벌써 8년쯤 되었나 봅니다.
화창한 봄 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전 사계절 가운데 봄나들이를 가장 좋아합니다만.

늘 그렇듯 사람 별로 없는 평일날 출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산, 계룡산으로.
그 중에서도 항상 머무는 갑사쪽으로 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동학사쪽은 별로입니다.

제 아내 성질이 괄괄하고 괴팍하긴 해도 화통한 면이 있어 신혼 때부터 전 비교적 자유롭게 외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밤새워 술 마시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퍽 자유로운 편입니다.

계룡산은 중,고등 때 거의 매년 갔었고 대학시절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여행할 때 들려서
한참을 머물기도 하였습니다.

그후로도 종종 가는데 차가 생긴 후 다른 곳은 운전해서 가도, 심지어 비디오가게 마저도 운전해서 가는데 거기 만큼은 버스 타고 갑니다. 습관이 돼서인지 거긴 웬지 차를 가지고 가는 게 싫습니다.

그곳에 가면 늘 자는 민박집. 갑사 가는 길로 엄청 굵고 다양한 나무들을 따라 걸어 올라가다가 절 입구 거의 다 가서 왼편에 있습니다.
그때도 거기에서 며칠 잤습니다.

그 민박집을 걸어 올라 가다보면 산에서 채집한 이것 저것 먹을거리를 파는 할머니들이 몇몇 눈에 띕니다.
자극적인 호객 행위도 없고 값을 물어봐도 도인 같은 멘트 날려오고 그렇습니다.
사는 사람이 더 잘 알지 지가 뭐 알겄슈.. 라든가. 극히 조용한 가운데 예측 불허의 멘트가 귓가로 날아들곤 합니다.

도저히 값을 깎기가 곤란한 뭔가 장엄한 분위기가 흐르고 다른 데 같이 요란하거나 북적거리지 않고 장사하는 분들이나 식당들도 퍽 차분하고 단촐하게 정겹게 보입니다.
아마도 영험하다는 계룡산 기운의 영향 때문인 듯합니다.

총각 때 그야말로 유자유였건만 총각시절에 비하면 결혼 후엔 무자유라고 해야 하나.
제가 뭐 크게 자유를 박탈당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총각 땐 존재하지 않았던 책임감과 의무감이 결혼 후 생겨서 그게 아마 부담이 되었다고 할까요.

기저귀 갈기, 설걷이, 만훌아 눈치 보기, 주부 습진 등..
암튼 그런저런 굴레에서 벗어나 모처럼 자유로운 몸이 되니 날아갈 것 같더군요.
예전처럼 갑사 근처의 작은 연못가에 가서 노래도 흥얼거리고 조약돌도 던져 보고 약수물도 홀짝홀짝 마시고. 갑사 한 귀퉁이에 우둑허니 앉아 별 변화가 없는 절간의 화평한 분위기에
푹 빠져 있기도 하고 요즘은 주접이라 생각돼서 자제하는 액션인데 그때만 해도 깊은 숲속에 들어가 도인처럼 눈 감고 앉아 한참 명상 비스무리한 걸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웬 파리 쉐리가 콧등을 찝쩍거리면 에라 모르겠다 큰 바위에 누워 거국적으로 하늘을 바라다 보며 좃을 깎기도 하고 차거운 냇물에 귀두를 툴툴 닦고 ........

급할 거 하나 없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을 필요도 없고 냇가에 그냥 멍청히 앉아 하염없이 물속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뭐 악착같이 등반할 필요도 없고 맥주캔 마시며 산에 오르다가
귀차니즘이 발동하면 그냥 도로 걸어내려 오고 하였습니다.

계룡산에 도인이 그렇게 많다는데 그 사람들 어디 다 짱박혔는지 하나두 안보이더군요.
뭘 먹고 사는쥐, 다람쥐처럼 도토리 씹어 먹고 개기는쥐.. 암튼.스님 말쌈으로는 산속에 선수들이 엄청 많다 하시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 낮에 제가 묵고 있는 방을 나와 마당을 지나 산보를 나가려고 하는데 제 방 맞은편 방앞에 여자 흰고무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그 민박집은 제가 아주 오랫동안 드나든 단골집이기에 잘 아는 덴데 누가 평일에 이 산골에 묵었나 의아해 했습니다.
그렇게 오후 내내 그 방을 유심히 관찰하였으나 도무지 꼼짝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녁엔 일부러 마당으로 나가 평상에 앉아 백반을 시켜 먹으며 전신의 모든 감각을 다 동원하였는데도 불빛만 보일 뿐 아무런 움직임이나 소리, 변화를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백반에 오뎅하고 나물이 있었느냐?
에~ 덴뿌라무침하고 음~ 고사리Lamu른 있었던 거 같기도 한데 거기까진 머리 용량의 압박으로 자세히 기억이 안나구요.

((에덴, Lamu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점잖은 분들에게 늘 마음 한구석에 아련한 죄책감이 짱박혀 있다는...그분들도 어엿한 한 집안의 가장, 존귀한 아들일 터인데 오뎅, 덴뿌라 혹은 나물이 되어 사이버 공간을 떠돌고 보지에 쳐박히고 참으로 공사가 다망하다 못해 좃이 오구라드는 걸 보며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쩝~ 하여튼 도인인가. 누굴까 궁금하기도 하고 서서히 좀 외로워지기도 하고 여행지에서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는 터라 저녁밥 일찍 먹고 방안에 누워 배를 뚜다리다가 용기를 내서
전날 먹다 남은 양주와 안주를 가지고 그 방 앞에 서서 문을 몇차례 톡톡 두드려 보았습니다.

그때 맘은 정말 뭐 따먹겠다가 아닌 다분히 순수한 인간애랄까,
그냥 편안히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헌데 저의 몇차례 노크에 잠시후 문을 열고 화답의 멘트를 날려 오는 사람을 보고 순간 정신이, 판단력이 흐려져 버렸습니다.
인상이 좀 수수하면서도 예쁘고 다소 맹랑하게 생긴, 나이는 저랑 비슷해 보였는데 딱 보는 순간 사람 별로 없는 산속이라 그런지 확 끌리더군요.
늘 보던 애인도 늘상 만나던 곳이 아닌 어느 바닷가 뱃사장에서 만나자 해가지고 보면은 평상시보다 훨 이뻐 보이는 것처럼..이랄까.

근데 왜 그럴 때 있잖습니까. 전화를 걸었는데 갑자기 정신이 나가서 거기 어디죠 하고 내가 도리어 물어보고 버벅거릴 때.바로 그런 상황이 되더군요.
제 노크 소리를 듣고 상대방이 왜 그러시죠? 하고 저에게 물어오는데 제가 오히려 왜 노크 하셨나요 하는 표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몇 초쯤 두리번거리고 엉거주춤 서있다가 간신히 순발력을 되살려 여행 와서 혼자 술 마시는 게 웬지 처량맞고 청승이다 싶어 괜찮다면 오징어를 같이 뜯으며 얘기라도 좀 하고저 왔노라 평일에 이렇게 적막산중에 같이 있는 것도 인연인데 인사라도 나눌까 하여 등등.
예전에 학생시절 대학로에서 헌팅할 때 갈고 닦은 온갖 뻐꾸기를 다 날렸습니다.

답은 간단명료하더군요. 그러시죠 뭐... 라는 멘트가 날라오고 적막한 산중 민박집 방안에 마주앉아 양주를 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녀 옆에 법정 스님의 [텅빈 충만] 낡은 책이 덩그란히 놓여져 있고 그녀 옷차림은 펑퍼짐하고 허름하다랄까, 머리나 얼굴이나 손질을 전혀 안한 상태였습니다.

그녀 왈 여기 온지 한달 되었다, 이혼하고 마음이 괴로워 도닦으러 왔다,
술 담배 안한지 한달인데 오늘 무너진다, 자기가 나보다 한 살이 많다,
방에서 책 읽고 절에 가서 절하며 지내고 있다 등등.

그녀 은근히 잘 마신다 싶었는데 아니 이런 완전 고래였습니다.
처음 가지고 간 먹다 남은 양주병 후다닥 다 비우고 다시 제 방에서 맥주 가지고 오겠다 하니 그녀 맥주는 배불러서 못먹는다고 차라리 소주가 낫겠다 하였습니다.

해서 민박집에서 나와 사방이 온통 껌껌한 갑사 앞길을 걸어 내려가 그 아랫동네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음식점들의 라인을 거닐었습니다.
그녀가 도토리묵과 파전이 땡긴다 하여 그 음식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자연산이라 그런지 뭐든 맛있었습니다.
평일 어두운 저녁 적막하기 그지 없는 산속 음식점 한켠에서 단둘이 술잔을 기울이니 문득 어느 무인도에서 표류하다 만난 두 사람이 한잔 하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오붓하고 따끈따끈한 분위기.

그녀는 한달여 동안 골방에만 박혀 있었는지 뭔 얘길 혼자 주절주절 때론 울먹이며 때론 호탕하게 웃기도 하고 말을 끊임없이 하였습니다.
얼굴 상태가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은 인상이었습니다. 눈매가 매우 지친..

나 여기 자주 온다, 헛 나도 계룡산 자주 온다..
이혼은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애들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러구 자기도 한땐 잘 나가는 여대 총학생회장인가 응원단장인가 (정확한 제목은 현재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요.. 암튼) 그렇고 또 자신이 어느 유명 정치인의 손녀라고 하였습니다.

몇 시간 그렇게 얘길 나누니 꽤 허물없이 친한 친구처럼 되었습니다.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세월아 네월아 부어라 마셔라 하는데 어느덧 음식점도 문 닫을 시간이 되고 해서 이제 그만 민박집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그녀 택시 불러서 시내 나가 가지고 한잔 더 하자드군요.

그래서 그건 무리다 했드니 발동 걸어놓고 그러기냐 그러고 저는 오늘만 날이 아니다 하고.. 결국 씹퉁거리는 그녀를 토닥이며 그냥 민박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음식점에서 소주 두병 가량 마셨는데 민박집으로 들어가 제 방에 있던 맥주캔을 하나씩 입가심으로 또 먹었습니다. 맛이 확 가더군요.
그러고 이제 그녀는 잔다고 자기 방으로 가고 나도 자세 잡고 누웠습니다.

헌데 몇번 자야지 자야지 하며 뒤척이다가 방광에서 신호가 오고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다시 우뚝 일어나 후장실로 향했습니다.

그 집의 번지점프 추락식 후장실의 광경과 냄새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는데 여튼 시원하게 볼 일 다 보구 나왔습니다.
헌데 민박 건물 뒤 산쪽에 웬 움직임이 목격되었습니다.


굉장히 어두운 곳인데 순간 조홀라 놀랬습니다아내는 아파트 스타일이고 저는 좀 자연속의 우두막 체질이라 숲에 파묻히는 걸 좋아합니다.
물론 보지숲도 매우매우 좋아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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